대학생 **씨는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원하는 만큼 집중이 되지 않아 괴롭습니다. 그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우선 책 세 권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지난 6개월 동안 사용하던 공책을 두꺼운 사전 옆에 펼쳐놓고, 그 옆에 안경집을 비스듬히 놓아두어야 됩니다. 또 빨강 파랑 검정색의 볼펜을 한 자루씩 책상에 꺼내두어야 하고, 필통에는 여분의 볼펜이 꼭 있어야 안심이 됩니다. 혹시라도 공부를 하다가 필요할 때 원하는 게 없으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때문이지요.
이런 준비를 끝내고 공부를 할 때도 집중력의 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100% 집중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면서 2시간 이상씩 공부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자신은 10분도 채 안 되어 딴 생각이 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생각의 내용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데, 예를 들면 조금이라도 흠집이 난 안경으로 공부를 하면, 시력이 나빠져서 완전히 시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럴 때면 안경을 벗어서 흠집을 확인하고 다시 쓰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합니다. 또 한 번 읽으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려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느라 시간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런 문제를 친구들에게 상의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입니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obsession)'와 '강박행동(compulsion)'을 특징으로 하는 심리 장애입니다. 강박장애의 경우,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모두 가진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강박사고만을, 혹은 강박행동만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강박사고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충동, 또는 심상으로, 이러한 생각은 내가 원치 않지만 침투적으로 떠오르며 부적절하게 경험되기 때문에 상당한 불안과 고통을 초래합니다.
강박사고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강박행동은 외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동작일 수도 있고 머릿속으로 불편함을 줄이고 스스로를 달래고자 반복하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강박행동은 스스로 정해놓은 엄격한 규칙에 따라 수행되어야 되어야 하며, 이러한 행동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해주기는 하지만 불완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지나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 실생활에서 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강박행동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정신장애의 분류체계인 DSM-5에서는 강박장애의 진단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 강박사고의 정의
1.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사고, 충동, 또는 심상으로서 이러한 증상은 장애가 진행되는 어느 시점에서 침투적이고 원치 않는 것이라고 경험되며 대부분의 개인에게 현저한 불안과 고통을 초래한다.
2. 개인은 이러한 사고, 충동, 심상을 무시하고 억압하려 하거나 다른 생각이나 행동(즉, 강박행동의 수행)을 통해서 약화시키려고 노력한다.
** 강박행동의 정의
1. 반복적인 행동(예: 손씻기, 정돈하기, 확인하기) 또는 정신적인 활동(예: 기도하기, 숫자세기, 마음속으로 단어 반복하기)으로서 개인은 이러한 행동이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해야만 하거나 또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규칙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행해야만 하는 것으로 느낀다.
2. 이러한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은 고통을 예방하거나 감소하고,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이 완화하거나 방지하려고 하는 것과 실제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 명백하게 지나친 것이어야 한다.
강박장애의 유병률을 살펴보면, 전체 인구의 2.5%가 평생 동안 한번은 강박장애를 겪는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강박장애는 대체로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에 시작되는데, 남성은 6~15세, 여성은 20~29세에 가장 많이 발병되는 등 일반적으로 발병 연령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빠른 편입니다.
또한 강박장애는 서서히 발생하며 만성적인 과정을 나타내는데, 스트레스 받으면 증세가 악화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강박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4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83%은 증상이 개선되었고, 48%는 회복되었는데, 그 중 20%는 완전한 회복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28%는 여전히 증상을 나타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아울러, 강박장애는 우울증, 다른 불안 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섭식장애, 뚜렛 장애 등과 함께 나타나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박장애의 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가 대표적이며, 치료에 참여한 사람들의 대략 60-80% 사람들이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먼저,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누구나 더러운 것을 만지면 ‘혹시 병에 걸리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이러한 생각이 들더라도 이내 다른 생각이나 활동을 하게 되는 반면,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거야,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도 손을 씻지 않으면 정말 끔찍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와 같은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결국 불안이 증폭되고 강박사고가 증가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흔히 보고하는 비합리적 사고로는, 모든 일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 미래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재앙화, 부정적인 결과들에 대해서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는 과도한 책임감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지적 개입을 통해 이러한 비합리적인 사고를 파악하고 그 생각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한 강박장애에 대한 행동적 개입으로는 노출 및 반응방지(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 ERP)가 있습니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강박 증상으로 인해 야기되는 불편감을 효과적으로 다루면서 강박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출 및 반응방지법에서는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움과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회피 행동이나 강박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그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하도록 합니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이러한 개입이 상당한 불안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충분한 사전 작업과 체계적 둔감화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시도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또한 강박장애의 치료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회피 행동이나 강박 행동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즉 인지행동치료의 목표는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감이나 이로 인한 불편감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기 보다는, 강박 증상을 효과적이고 주체적으로 다루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따라서 강박장애를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박장애를 가진 스스로가 증상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를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불편한 감정을 기꺼이 경험하고자하는 수용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