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명확히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가벼운 수준의 성가심이나 자쯩에서부터 격노나 격분, 강한 흥분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도를 포함한 정서 상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심한 분노를 경험하게 되면, 흔히 심장박동이 증가하거나 혈압이 상승되고 속이 거북하거나 소화가 안 되고 두통과 식은땀, 어지러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분노를 느끼면 대게 분노표출이나 분노억제, 분노통제의 세 가지 양상으로 표현됩니다. 분노표출은 화가 나면 이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화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 욕하는 것, 말다툼이나 과격한 공격행동을 보이는 것이 이에 속합니다. 분노억제는 화는 나 있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화가 나면 오히려 말을 하지 않거나 상대방을 피하고 속으로만 비판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분노 통제는 화가 난 상태를 자각하고 감독하며서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구사하는 것으로서, 냉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여기에서 분노표출과 분노억제는 역기능적인 분노표현 행동인 반면, 분노통제는 기능적인 분노표현 행동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회사원인 김병수 씨는 오늘 아침에도 운전 중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차 속에서 경적을 마구 울려대고 다른 운전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손가락질을 하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온 터라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오전 중에는 부장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상사가 업무에 대해 야단치는 것을 참지 못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하느냐”고 큰소리로 말대꾸하고는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여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던 중, 여자친구가 자주 만나지 못해 서운하다며 압력을 가하자 비꼬아서 대꾸하다가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후에는 동료들과 팀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전에 동료들이 자신을 험담했던 것이 기억나 직접 대화하지 않고 문서로만 피드백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거친 하루를 보내고 난 퇴근길에 또다시 다른 운전자들과 다투고 싸우느라 친구들과의 모임 약속에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친구들이 늦은 이유를 묻자, 병수 씨는 이런 것쯤 이해해주지 못한 친구들에게 울화가 치밀어올라 버럭 화를 내며 “그럼 다시는 안 오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렸습니다.

하루 종일 속에서 화가 들끓다보니, 병수 씨는 머리 뒤쪽이 심하게 당기면서 심장 부근에서 간헐적인 통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주위엔 날 괴롭히는 인간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병수 씨는 오늘도 긴 한숨을 내쉴 뿐입니다.

높은 수준의 분노가 오래 지속되거나 부적절하게 표현되는 경우, 개인의 신체적 및 심리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나 학업, 직업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습니다. 특히 고혈압을 비롯한 심장혈관계 질환을 앓기 쉬우며, 약물남용과도 깊은 관련성을 보입니다.

아동이나 배우자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대인관계에도 손상을 입혀 가정이나 직장에서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노표현 행동과 관련하여, 분노표출이나 억제가 많은 사람들은 심장혈관계 및 소화계 질환을 많이 보이며, 분노억제가 높은 사람들은 우울감과 절망감을 많이 느끼고 자살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분노를 다루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크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요소는 자기관찰로서, 분노가 일어날 때 먼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그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분노 발생 시에 일어나는 신체적, 생리적, 인지적 증상들을 차분히 살펴보는 관찰과 자각을 훈련해야만 분노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통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분노 상황에서의 인지적 증상을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자동적 분노사고(예: “나를 무시하는구나”)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인지적 재구조화 작업을 위한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요소는 행동적 기법으로, 분노 상황에서 생리적 각성수준을 낮추기 위한 근육이완훈련과 호흡법, 그리고 분노가 공격행동이 부적절하게 표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타임아웃 기법이 다뤄집니다.

세 번째 요소는 인지적 재구조화 작업으로서, 분노와 관련된 역기능적이고 비합리적인 신념이나 사고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적응적인 대처사고와 합리적인 신념을 학습시키는 데 초점을 둡니다.

마지막 요소는 분노표현 연습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적절한 방법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