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능적인 가족의 특징은 주로 폐쇄적인 의사소통과 경직된 상호작용 패턴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가족들은 서로의 개성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고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보입니다. 참된 친밀감을 경험하기 어려울뿐더러 개개인이 자율적이기도 힘듭니다.
또한 "부모에게 절대 반항하지 마라" "사람들에게 절대 약점을 보이지 마라"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행동하지 마라" 등과 같이 가족 내 경직된 규칙이 많으며, 이러한 규칙들에 따라 가족원이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도록 요구합니다.
가족들의 의사소통 양상도 역시 상호지지적이거나 온정적이지 못하고, 서로의 약점을 캐내거나 일방적으로 지시, 명령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가족들 간의 대화가 차단되어 있기도 합니다.
20세의 대학신입생인 오유리 씨는 가족문제에 지쳐 상담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권위적이면서도 걸핏하면 술 마시고 들어와 온 가족에게 화를 퍼붓는 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자신과 오빠에게 늘 하소연하고 가족의 일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어머니, 대학생이지만 늘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고 친구도 없이 혼자 집에서만 소심히 있다가 누군가 심경을 건드리기만 하면 화를 버럭 내는 오빠.. 이런 가족들 때문에 유리 씨는 집에 가도 편안히 쉰다는 느낌 없이 오히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중, 고등학교까지는 공부만 잘하면 엄마, 아빠가 자신을 배려해주고 이해해주셨기 때문에 그나마 혼란스런 가족분위기를 애써 잊을 수 있었지만, 대학에 오니 그동안 억눌렀던 가족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아 유리 씨는 집에 가기가 싫어지고 무력해지기만 합니다. 휴일 날 온가족이 둘러앉아 대화라도 할라치면, 사소한 일에 꼬투리를 잡고 서로를 비난하고 비아냥거리기 일쑤여서 결국엔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버립니다.
유리 씨는 오늘도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고민하느라 쉬이 잠이 들지 못합니다.
1990년대 들어 우리 사회는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이혼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실직이나 빈곤으로 인한 자살 및 가족해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학대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가족 내 은밀히 행해지는 학대의 수준이 상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이 가족의 위기와 갈등에 다양하게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지행동적 가족치료에서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부정적인 행동 교환의 감소, 의사소통의 개선 및 문제해결 기술 등이 주 관심사가 됩니다. 이러한 행동적 개입에 더하여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 초점을 둔 인지적 재구축화 기법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인지행동치료의 기본적인 절차가 가족치료에도 적용이 되어,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의 관계에 대한 왜곡된 사고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자동적 사고를 탐색하며 이후 하향 화살표 기법 및 소크라테스식 질문 등을 통해 기저 신념을 추적하고 대안적 설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