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내담자와 그가 겪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임상면접, 행동관찰, 그리고 심리검사라는 임상적 도구(clinical tool)를 활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상면접(clinical interview)은 상담자가 내담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언어적 활동인 반면, 행동관찰(behavioral observation)은 겉으로 드러나는 내담자의 전반적인 태도와 행동에서 정보를 탐색하는 비언어적 활동입니다. 심리검사(psychological testing)는 표준화된 측정도구를 사용하여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돕는 활동을 말합니다.
심리검사는 현미경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물을 관찰하는 과학자가 현미경을 활용하면 더욱 정밀하고 정교하게 대상을 파악할 수 있듯이, 상담자가 심리검사를 실시하면 내담자와 그가 겪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1) 내담자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의 영역 확인
(예: 우울감과 무력감, 걱정과 불안, 분노폭발과 공격행동, 대인관계 곤란)
2) 내담자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의 심각성 파악
(예: 적응적인 수준의 수줍음 vs 부적응적인 수준의 대인공포)
3) 내담자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의 변별적 이해
(예: 일시적 원인 vs 만성적 원인, 정서적 문제 vs 신체적 문제)
4) 내담자의 성격특징 및 전반적인 기능수준 평가
(예: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성격, 사람들에게 관심받기를 원하는 성격)
흔히, 일반인에게는 심리검사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전문가들은 심리평가(psychological evaluation)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희도 심리검사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사실은 심리평가와 구분해서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검사는 지능검사, 성격검사, 적성검사 등의 개별적인 검사를 가리키는 용어인데 비해, 심리평가는 여러 종류의 심리검사를 실시하여 얻어진 자료와 심층적인 임상면접 및 체계적인 행동관찰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종합하고 해석하는 전문적인 과정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내담자, 보호자 혹은 평가를 의뢰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의사소통하는 과정까지도 심리평가에 포함됩니다. 즉, 심리평가는 상담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임상적 도구를 총동원하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앞서 비유한 관찰의 도구에는 현미경 외에도 돋보기, 망원경, 잠망경 등이 있으므로, 과학자는 관찰하려는 대상과 목적에 적합한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관찰하는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도구의 특성과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관찰자는 현미경을 다루는 방법은 물론, 렌즈의 배율에 따라서 관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심리검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심리검사의 목적과 기능은 검사마다 각기 다릅니다. 따라서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는 반드시 심리검사에 관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어떤 심리검사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평가할 것인지를 적절하게 결정할 수 있고, 각 심리검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평가는 단순히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점수를 얻는 것, 혹은 컴퓨터 처리로 결과를 나열하여 제시하거나 기계적인 판정을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심리평가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식과 임상경험이 필요합니다.